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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만큼 어려운 게 없다. 더구나 요즘같이 스마트폰 및 IT도구들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종이책은 고전에 불과하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디지털이 우리네 삶을 지배한다 할지라도 아날로그의 감성과 책을 읽을 때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겨 가며 읽는 손맛은 그 어떠한 퍼포먼스보다도 최고의 카타리스를 느끼는 매개체라 생각한다.

나의 페이스북 친구 분들 중 작가님들이 꽤 많으신데, 하루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댓글을 남기면,
본인의 기준(?)에 통과하는 사람들만 '구름 - 북소리' 시집을 선물로 준다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뭐 당첨이나 되겠어.' 라는 심정으로 댓글을 남긴 걸로 기억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삽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는 멋 모르고 지나가겠지만, 첫 사랑과의 애틋했던 감정, 첫 직장이나 첫 사업의 쓰라렸던 실패, 결혼하기 전 불타올랐던 연애, 결혼 후 신비로운 2세의 탄생, 등등 모든 게 다 머릿속 가슴속 저장고에 추억으로 남겨져서
우리네 인생을 완성해 나간다는 논리로..

 

 

서론이 길었는데, 그 이벤트를 진행하신 분이 바로 '휘수' 작가님이다.

페북으로 소통한지는 별로 안 됐지만, 작가님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바로 '쪽잠' '잠을 사랑하는(잠러버)' '사회에 일어나는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촌철살인의 글쟁이'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참고로 '구름 - 북소리' 시집은 페이스북 펀딩 기금으로 제작됐고, 출판사는 지식과 감성이다.

휘수 작가님이 '구름이 만든 북소리, 멀리 보냅니다. 그대, 누구누구 님.이라고 친필 사인 쓰셔서 우편으로 보내주셨다.^^

이렇게 엽서도 12장인가 들어있어서 시를 읽고 난 후 후기 쓰기에도 좋다.ㅋㅋ

아무튼 나도 그분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구름-북소리'를 읽다가 자울자울 거리는 경우가 꽤나 있었는데ㅋㅋ
지금부터 휘수시집을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독자의 시점에서 후기를 작성해 보고자 한다.

'휘수'라는 필명이 되게 멋진 것 같아서 검색창에서 찾아 봤는데,
휘수(揮手) 1. 손짓을 하여 거절하는 뜻을 보임.
2. 손짓을 하여 어떤 낌새를 채게 함.

이라는 어학사전에 뜻 풀이가 나온다. 작가님께는 본명을 안 물어봤지만, 어쨌든 필명부터 와 닿는다.

하나의 책이나 시집이 나오기 위해선 어떠한 것과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창작의 고통이 따를 것이다.
무릇 엄마가 열달동안 태아를 뱃속에서 키우고 진통을 겪은 후 엄청난 산고를 겪으며 태어나는 분만의 순간처럼..

휘수시집은 인간의 희노애락과 고통 및 인내의 집합체라 감히 이야기 해 본다.

한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분이 살아온 행적과 궤를 같이해서 감상을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휘수시집 전반에 나타나는 분위기는 무겁지만 산뜻하고, 어렵지만 뭔가 공감이 가는 듯한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마력을 지닌 시집같다.

언젠가 유리컵 안에 물이 반이 담겼냐, 반밖에 안 담겼느냐는 고전적인 긍정과 부정적인 견해에서 진화하여,
이제는 그 유리컵 안에 물이 잠깐 들고 있으면 가볍지만, 한시간 두시간을 들고 있으면 즉, 스트레스가 적든 많든간에
걱정이 적든 크든간에 팔이 넘 힘들어 벌 스는 수준까지 된다 하였다.
그러니 컵에 든 '스트레스' '걱정' 등을 내려놓아야 정신이 육체가 건강하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딱, 휘수시집이 읽고 나면 걱정을 내려놓게 되는 시 들로 가득찬 거 같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내가 좋아한 시들로 얘기해 보자면 이렇다.

'청국장을 끓이며'라는 시에서는 담백하고 구수한 청국장에서 시골과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로 치부될 것 같지만,
실상은 전쟁같은 우리네 삶을 단어와 시어, 문장과 시구에 마법같이 숨겨놓는 진수를 만끽하게 한다.

나는 시를 많이 읽지를 않았지만, 이런 류의 시를 좋아라 한다.ㅋㅋ
누가 들으면 내가 평론가마냥 깝죽된다는 느낌도 받으실테지만 말이다.^^

 



 

또, '자분자분' 이란 시는 어떠한가.
부끄럽지만 '자분자분'이란 단어의 뜻을 이제서야 제대로 알았다.ㅠㅠ 성질이나 태도가 부드럽고 조용하며 찬찬한 모양이라는 뜻이다.

이 부사 하나로 시의 주제와 내용이 명확해 진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다.

작가가 코로나19를 예상하지는 못 하셨을 테지만, 이 시에서 마스크를 언급한 것은 아마 전염병의 전조를 파악하는 천리안의 혜안을 가지신 분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나의 상상력이 오버라고 작가님이 얘기하는게 들리는 것 같다 ㅋㅋ)

'긴 겨울'은 어떤가.
이 시를 읽고 두번 세번 읽게 되는 자동 리플레이 버튼을 누른 기분이었다. '이야'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우리는 '관계'를 짓고 살아가는 유기체지만, 이 '관계'가 끊어지고 이어지고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는 엉겅퀴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서 묻어난다.

'진격의 눈동자' 또한 좋다.
12줄의 시어로 구성되는 이 시가 무척이나 철학적이고 진취적인 생동감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한 시련녀(남)에게, 사업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본 패잔병 등 이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과거의 안 좋았던 것들을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여기서 잠깐,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시집이 있다. 바로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 시집이다.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해석하기 힘든 시집이었는데, 질문을 통해서 독자에게 답을 구하는 역발상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보았던 책이다.

'질문의 책'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휘수 시집을 읽고나서 이질감은 전혀 없고, 작가의 삶과 인생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도 해 본 것 같다.
자신의 아픔을 축적된 경험을 시에 시어에 함축시키고 있지만, 때론 어렵게 때론 경망스럽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작가 자신한테 계속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시들이 나에게는 잔잔하게 혹은 잔인하게 다가온다.

글쓰기에서 정형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
더구나 자유로운 '시'에서 형식은 사치에 불과하다. 대중적인게 좋은 글쓰기일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쉽게 읽히는 것도 좋지만 휘수시집처럼 난해하고도 오묘한 시구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이 긴 겨울에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ㅋㅋ

p. s '선택장애'라는 말이 있다. 실예로 나의 와이프는 식당에 가면 메뉴 고르기가 정말 어려운 사람이다.
허나 나는 가기 전부터 생각난게 있으면 즉, 메뉴도 보지 않고 고르는 사람이다. 이렇듯 나의 선택은 장애가 없고 막힘이 없다. 하지만, 휘수시집 '구름 - 북소리'에 담겨 있는 시들 대부분이 좋다. '좋은 시'를 선택하라고 하면 '선택장애'라는
병이 걸릴 것이라고 단언한다.^^

p. s 2 이벤트 당첨되고 책 받고 감사해서 못 쓰는 글이지만 후기 남깁니다. 휘수님^^

이상 구름 북소리 휘수시집 구름도 때론 구슬피 소리내어 운다 후기 감상문 리뷰에 대해서 포스팅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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